디지털화폐(CBDC)

디지털 화폐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까?

ideas-mini 2025. 6. 27. 05:54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금융 업계는 전례 없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국민에게 전달하게 된다면, 시중은행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인가?” 라는 문제다.
지금까지 은행은 예금·송금·대출 등 실물 경제의 자금을 순환시키는 핵심 중개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 시대가 도래하면 개인은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국가로부터 직접 돈을 보유하고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화폐가 기존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은행의 기능 변화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의 공존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기존 은행 시스템의 핵심 역할

현행 금융 시스템에서 은행은 단순한 자금 보관소가 아니다.
은행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통해 경제 전체의 순환을 책임지는 중추 기관이다:

기능설명
예금 수취 고객의 자금을 모아 보관
대출 기능 예금을 바탕으로 기업·개인에 자금 공급
결제 시스템 계좌 간 이체 및 카드 결제 중개
신용 창출 지급준비율을 활용한 화폐 확대
리스크 분산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개인의 자산 관리
 

이 구조는 민간 금융기관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근간이었다.

 

디지털 화폐가 바꾸는 게임의 규칙

CBDC는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통화로, 중앙은행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특정 앱 또는 전자지갑을 통해 개인에게 디지털 원화를 직접 전달하고, 그 돈으로 소비하거나 송금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은행의 핵심 역할 축소’ 또는 ‘중개자 생략’이다.

 

실제 우려: 은행 예금 이탈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은행에서 중앙은행으로의 예금 이탈이다.

시나리오 예시:

A씨가 기존에 은행에 1,000만 원을 예금하고 있었다면,
디지털 원화 시스템이 생기면 그 금액을 국가 발행 지갑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은 예금이 줄어들고, 대출에 사용할 자금도 함께 줄어든다.

이는 은행의 자금 순환 구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국의 대응: ‘2단계 구조’로의 설계

실제로 한국, 유럽, 일본, 미국 등은 CBDC를 도입하되, 은행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를 ‘2계층 구조(Two-tier Model)’라고 부른다.

단계주체역할
1단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 기술 인프라 제공
2단계 시중은행·지갑사업자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공, 계좌 연동, KYC 인증 등
 

이 구조는 중앙은행이 모든 사용자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기존 금융기관이 연결 통로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만든다.

 

은행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이 될까?

디지털 화폐 시대에도 은행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 관리사

  • 디지털 원화·코인·기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자산 통합 플랫폼 제공

데이터 기반 신용 평가사

  • 기존 대출 구조보다 개인화된 신용분석 및 맞춤 금융 상품 제공

디지털 금융 보안 중개자

  • 사기 방지, 보안 기술, 인증 등 기술 기반 보안 서비스 강화

은행은 단순 자금 보관소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다.

 

완전한 대체? 공존? 현실적 결론은?

CBDC가 은행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공존 모델이 설계될 가능성이 더 크다.

  • 중앙은행은 기술 인프라 제공 + 통화 안정성 관리
  • 시중은행은 사용자 경험, 상품 다양화, 리스크 분산 역할 수행

실제로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도
CBDC는 현금을 보완할 뿐, 기존 금융기관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화폐는 금융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지만, 그 변화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섣부를 수 있다.
은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이 재정의되는 과정에 있다.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역할을 재설정하고, 중앙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성한다면, CBDC와 은행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 화폐가 발전할수록 은행은 더욱 스마트하고, 더 사용자 중심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