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CBDC)

CBDC가 여행산업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 글로벌 소비자의 새로운 결제 방식

ideas-mini 2025. 7. 2. 05:56

글로벌 여행이 회복세를 넘어서 활황기로 진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국제선 항공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2025년에는 여행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행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가 바로 외환시장과 결제 시스템이다.

해외여행 중 발생하는 주요 불편 요소는 환전, 수수료, 통화 단위 차이, 현지 결제 환경 미비 등에서 발생한다.
관광객은 때로는 환율을 몰라 손해를 보거나, 신용카드 사용 시 높은 해외 수수료에 불만을 갖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국경을 초월한 실시간 결제, 수수료 없는 외환 교환, 디지털 지갑 기반 소비 경험을 가능케 하며
글로벌 여행자의 결제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이 글에서는 CBDC가 여행산업과 외환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중심으로 소비자, 기업, 국가, 환율 구조, 정책의 변화를 하나씩 분석해본다.

해외여행자 결제 시스템의 현재 문제점

여행자가 국경을 넘을 때마다 마주치는 첫 번째 금융장벽은 바로 통화 간의 교환 시스템, 즉 환전이다.
기존 시스템은 공항 환전소, 은행 창구, ATM, 신용카드 해외결제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모두 일정 수준의 수수료 또는 환율 스프레드가 존재한다.

현금을 환전하면 시세보다 불리한 고정환율이 적용되고, 신용카드는 환율 + 해외사용 수수료 + 국제브랜드 수수료까지 추가된다.
또한 현지 소매상은 카드 결제를 꺼려하거나, 외국 카드가 아예 안 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동남아, 중동, 남미 등의 국가에서는 현금 중심 결제 문화로 인해 관광객이 일일이 현지 통화로 환전하고 잔돈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로 환산된 소비 금액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간 통화 단위와 실질 가치 차이가 클수록 더욱 심화된다.

 

CBDC가 여행 소비에 제공할 수 있는 혁신 요소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이며, 디지털 지갑에 보관되고 실시간으로 송금 및 결제가 가능한 통화다.
여행 산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환전 없는 실시간 외화 결제 구조가 가능하다.
사용자가 한국에서 발급받은 디지털 원화를 해외여행 중 사용하면, 해당 국가의 디지털 화폐로 실시간 자동 환전되어 결제될 수 있다.
이때 중개 은행이나 외환 시장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 간 협약된 환율 기준으로 자동 정산이 이루어진다.

 

둘째, 수수료 없는 결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존 카드사, 은행, 국제 결제 네트워크(Visa, Mastercard 등)의 중간 수수료가 제거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는 결제 금액 그대로의 실거래가를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실시간 잔액 확인과 사용 이력 확인이 가능하다.
여행자가 디지털 지갑을 통해 현지 통화로 얼마를 썼는지, 원화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행 경비 관리를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넷째, 환전소, ATM, 지폐 소지 없이도 안전한 여행이 가능해진다.
분실이나 도난 위험이 있는 지폐 대신,
생체인증 기반의 디지털 지갑을 활용한 지불수단의 안전성이 강화된다.

 

CBDC와 외환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

CBDC가 본격 도입되고, 중앙은행 간 디지털 통화 교환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존의 외환시장(Forex) 구조에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환전 수요의 대폭 감소로 인해 외환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개인 및 소액 여행자들이 중개 기관을 통하지 않고 CBDC 지갑 내에서 직접 환율 기반 자동 변환을 사용할 경우, 은행 및 환전소의 외화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둘째, 환율의 실시간 정산 및 변동성 억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CBDC 간의 자동 환전은 사전에 합의된 기준 환율 또는 BIS(국제결제은행) 기반 환율을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투기적 외환 거래보다 정책 기반 환율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외환 관리의 투명성과 통제력 강화가 가능하다.
CBDC를 통한 외화 결제는 모두 실시간 기록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외환 유입·유출 모니터링이 정교해지고,
해외투기성 자금, 불법 자산 이전 등에 대한 즉시 대응 체계가 강화된다.

 

여행산업 내 기업과 플랫폼의 대응 전략

CBDC가 보편화되면 여행업계 전반도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항공사, 호텔, 여행사, 로컬 투어, 편의점, 렌터카 업체 등은 기존 신용카드 결제 구조에서 CBDC 기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첫째, 다국적 여행 플랫폼의 결제 시스템 다변화가 필요하다.
Booking.com, Agoda, Trip.com 등은 CBDC 결제를 탑재한 글로벌 디지털 지갑 연동 시스템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둘째, 여행자 전용 CBDC 환전 지갑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행객은 출국 전 디지털 지갑에서 여행국가를 선택하고, 설정한 금액만 자동 환전되도록 설정하여 실시간 환율 통제형 여행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다.

 

셋째, 항공사 및 공항 시스템과의 통합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티켓 예매 시점부터 여행 기간 동안의 예상 소비에 맞춰 자동 환전 계획이 수립되고, 도착 공항에서는 디지털 결제용 QR코드만으로 모든 소비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CBDC와 여행자 신원인증 및 보안 측면

CBDC는 KYC(고객 신원확인)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여권, 지문, 생체인증 등과 연계된 신뢰 기반 통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이는 여행 중 사기, 도난, 분실 등에 대한 보안성을 강화시켜 준다.

또한 디지털 지갑은 다음과 같은 보안 기능을 내장할 수 있다.
– 분실 시 즉시 잠금 또는 지갑 동결 기능
– 타국 이용 시 이중 인증 또는 위치 기반 제한
– 거래 이상 감지 시 자동 알림 및 차단 시스템

이러한 기능은 여행자 본인에게는 안전성을 제공하고, 국가 입장에서는 불법 외환 이동 및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의 강화로 이어진다.

 

정책적·국제적 준비과제

CBDC가 여행산업과 외환시장에 본격 도입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국제적 협력과 정책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국가 간 CBDC 상호 연동 규약 체결이 필수다.
디지털 원화와 디지털 유로,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등의 상호 연동을 위해
– 환율 기준
– 교환 한도
– KYC/AML(자금세탁방지) 기준
– 거래 속도 및 처리 시스템
등에 대한 국제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여행자 전용 디지털 지갑 제도화가 필요하다.
외국인을 위한단기 전용 디지털 지갑(KYC 간소화형)을 설계하여 비자와 연동되는 ‘트래블월렛(Travel Wallet)’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 종사자 대상 교육 및 지원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CBDC 결제를 도입한 소상공인, 호텔, 택시기사 등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기술지원과 보조금이 요구된다.

 

CBDC는 여행자에게 더 이상 번거로운 환전이나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국제 소비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단지 결제의 혁신이 아니라, 외환시장 구조의 재편, 국가 간 신뢰 기반 결제 네트워크의 확장, 소비자의 경험 중심 서비스 설계로 이어진다.

향후 한국이 디지털 원화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CBDC 국제 연동 체계를 주도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관광 허브이자 디지털 결제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